시나리오가 무엇인지 알고 써야 한다. 관객은 영화를 본다. 그 영화가 나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시나리오, 곧 설계도다. 설계도가 탄탄하면 좋은 영화가 나온다. 작가와 작가속 주인공이 만난다는 설정, 그런 영화가 실제로 있다. 그 주인공은 영화속에서 작가가 만든 캐릭터다. ‘영화의 시나리오’를 만든 실제 작가가 있고, 그 작품속에서도 ‘작가’와 ‘작가속 주인공’이 각각 존재한다. 주인공이 작가에게 실제로 나타나, 자신을 죽이지 말아달라고 요청하는, 작품을 쓰는 작가의 양심을 고발하는 그런 주제다. 내가 만약 누군가의 소설, 누군가의 시나리오속에 살고 있다면, 그것은 주인공이 아니고, 그 사람의 노예일 뿐이다. 그 사람속에 갇힌 것이다. 주인공은 작가의 상상력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있는 존재이며, 그것을 연기하는 연기자가 실제 온 몸과 온 마음을 다해 연기하고, 그 배우를 보면서 누군가에게 형상과 모양을 주면서 삶의 DNA를 준다. 사소한 한줄의 문장이 작가의 생명이며, 책임성이다. 작가는 마치 전능자의 힘이 있는 것 같지만, 실제 살아있는 존재를 대하듯 인격적인 글을 써야한다.
살아있는 사람에게 생각과 행동을 부여하는 자, 그가 작가다. 왜 시나리오를 쓰는가, 말하기 위해서, 표현하려고 작가는 시나리오를 쓴다. 작가는 시나리오라는 입술을 통해서 말한다. 연기자는 실제 자기 입술과 얼굴로 말하고, 연출가는 편집과 연출로서 표현한다. 무슨 말을 했는지 상대가 알아듣지 못한다면, 작가는 실패한 것이다. 시나리오 한편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한 장면에서도 그것이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 시나리오는 정확하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보는 즉시, 즉물적으로 무슨 말인지 화면으로 그려지도록 쓰는 것이 좋다. 연출자, 제작자, 스텝들이 모두 손에 가지고 있는 것은 시나리오다. 매우 세세하고 디테일하게 써야 한다. 만약 소주병이 테이블에 놓여있다고 하면, 그 소주병의 라벨이 하얀색이고 파란색은 아니라는 것까지, 테이블의 어느 위치에 놓여있어야 하고, 소주잔은 어떻게 배치되어야하는지, 그것까지 정해줘야 한다. 시나리오는 설계도이다. 설계도에 창문크기 및 커텐위치와 커텐색깔까지 지정되는 것과 같다. 설계도를 보면서 모든 인테리어 작업이 진행된다. 시나리오를 보고 모두 같은 그림을 그리고, 같은 집을 완성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작가는 큰 그림을 그리는데 하나의 부분이며, 나사와 같은 존재다. 연기하는 배우가 없다면, 연출하는 감독이 없다면, 촬영하는 영상팀이 없다면, 돕는 스텝이 없다면 시나리오는 그냥 종이에 불과하다. 공동체로서 시나리오 작가는 의미가 있다.
드라마 작가는 말하지 않는다. 한 부분이어서 그렇다. 작가가 스스로 말하면, 그 작가는 작가로서 존재가 사라진다. 작가는 철저히 배우로서 말할 뿐이다. 배우가 곧 작가의 얼굴이며, 작가의 입술이다. 작가는 배우의 그림자로 존재할 뿐이다. 관객에게 시나리오는 보이지 않아야 하고, 작가도 감춰진 존재다. 영화는 영화로 완결되고, 관객이 영화만 보게 해야 한다. 그것이 작가의 목적이다. 관객이 배우를 보게 해야지, 작가를 보게 한다면 연출이 잘못된 것이다. 시나리오는 누군가 연출하고, 연기하고, 촬영하고, 방송이 되어야만 그 존재가 실제로 탄생한다.
스토리는 이야기를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고, 플롯은 순서를 뒤바꾼 것이다. 순서는 곧 플롯이며, 이야기에 양념을 치는 것이다. 순서가 곧 이야기의 생명력이며, 구조다. 순서를 신경쓴 이야기는 재밌고, 순서를 신경쓰지 않는 이야기는 흡인력이 없고, 긴장감도 없고, 금방 지친다. 이야기를 끌고 가려면, 순서를 잘 짜야 한다. 순서에 따라 사람의 심리는 반응하기 때문이다.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하면, 그것은 역사의 연대기를 보는 것처럼 재미가 없다. 졸립다. 졸린 이유는 순서적 고려가 없는 까닭이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출근을 하는데, 골목길에서 교통사고가 날 뻔 했어. 다행히 큰 사고를 피했어,…. 이런 이야기는 재미가 없다. 순서를 고려한다면, 이렇게 편집한다. “사거리에서 갑자기 아이가 튀어나와서, 브레이크를 팍 밟았어, 어찌나 놀랬던지, 아이가 보이지 않아서 심장이 덜컹했는데, 내려서 봤더니, 저쪽으로 지나가고 있는거야, 아! 십년감수했다. 내 딸만한 아이가 껑충껑충 뛰어가는데, 문을 열고 나오던 딸아이 모습이 보였어!” 이렇게 순서를 편집하면, 훨씬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것을 충격요법이라고 한다. 시선을 먼저 끌기 위해서 긴장감을 주는 장면을 먼저 터뜨리고, 거기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이다. 내러티브는 음향, 편집방법, 앵글구조 등등 장면마다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모든 플롯은 3막구조다. 3막구조를 얼마나 잘 활용할줄 아는지, 그것이 핵심이다.
시를 읽으면서 그것을 소설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할까, 노래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할까, 영화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할까, 지문과 대사를 어떻게 시나리오로 녹여낼까, 늘 고민하면서 써보는 것이 좋다.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어도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어떤 영화를 볼 때, 어떤 영상을 볼 때, 가슴이 먹먹한 이유는 감정선을 건드려서 그렇다. 소설과 시나리오는 감정표현에서 다르다. 소설은 인물의 감정표현을 모두 드러낸다. 작가는 인물을 통해서 감정을 그대로 표출한다. 반면, 시나리오는 철저히 관찰자 시점이며, 눈에 보이는 것만 쓸 수 있다. 감정표현도 상황과 배우의 입술을 통해서만 말할 수 있다. 관객이 그것을 보면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관객이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연출이다. 시나리오의 문제다.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악역은 극중에서도 변화를 겪는다. 변화가 없다면 그 인물은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뭔가, 돌발상황의 변수를 만났을 때, 새로운 선택을 하는 것! 그것이 드라마다. 인물의 변화가 상당히 중요하다. 내가 쓴 한줄의 문장이 누군가에게는 행동이며, 입술의 언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