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집안정리는 독특한 여행이다


여행은 공간이동이다. 내 집에서 공간 자체를 이동시키는 것이 ‘집안정리’다. 여행은 공간만 바라보며, 구경꾼으로 관망하면서, 일방적 감정의 경험을 겪을 뿐이다. 옛날의 TV방식이고, 쌍방향 통행은 여행후기다. 그런데, 집안에서 공간을 변화시키는 것은 무대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게다가 바꾼 다음에는 그곳에서 내가 거주하니, 이런 여행이 또한 없다.

고향에서 엄마가 전화왔다. 기어이 허리를 펴서, 전봇대처럼 걷겠다고 이야기하신다. 태양도 황혼이 물들면 허리를 숙인 채 산 너머로 엎드리는데, 내 엄마는 너무 엎어지셨다. 내가 서울에 있는 대학에 나오지 않고, 전남대에 갔더라면…. 못내 아쉬워하신다. 그랬더라면 인생이 다르게 펼쳐졌을 것인데…. 못 가본 그 인생길을 내가 어찌 알겠는가! 시간은 그래서 인생여행의 결정적 변수다.

내 인생을 바꿀 수 없다면, 나는 내 집이라도 바꾸겠다. 고질적 습관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습관은 정말 노후도가 심한 비뚤어진 처마인데도….. 마음의 지붕에서 각종 후회스런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데도 나는 습관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리모델링이 쉽지 않는 것이 습관병이다. 집안정리도 사실 쉽지 않았다. 뭘, 알아야 하지? 다행히, ‘최고의 인테리어는 정리입니다’(정희숙) 책이 꽤 도움이 됐다. 오동숲속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나는 요즘은 책을 사지 않는다. 근처에 지역 도서관이 2개나 있다. 도서관은 나의 책장이고, 관리해주는 사람까지 있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얼마나 뿌뜻한가! 내 책장을 관리해주는 사서들에게 급여도 주지 않는다. 정부가 나를 대신해 알아서 해주고 있다.

지난주에 안방을 바꿨고, 이번주에 거실을 바꿨다. 집은 사는 사람이 주인이다. 월세가 꼬박꼬박 나가고 있으니, 사는 동안에 주인노릇을 단단히 해야겠기에 집안정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 도대체 왜 물건들이 정리되지 못한 것인지 이제야 알게 됐다. 그것은 공간기획이 안돼서 그렇고, 공간은 연역법적으로 기획을 해야 한다. 큰 틀에서 작은 것으로 내려가야 한다. 큰 틀을 구상하기까지 이번에는 정말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큰 틀을 구상한다는 것은 ‘여행지’를 정하는 것과 같다. 부엌에 물건들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내 거실은 일반집과 다소 다르다. 싱크대가 없다.

(글을 쓰면서, 어린시절 내 고향의 부엌이 생각나, 내 심장을 찌른다. 그 허름한 곳에서 내 엄마는 도대체 어떻게 음식을 하고, 앉아서 아궁이에 나무토막을 넣고 매운 연기를 마시면서 일꾼들에게 밥을 해주셨을까? 그 시절 그렇게 살아냈던 삶이 나를 스쳐간다. 마음이 미어진다.)

본래, 양념을 하는 것들이 일렬로 나열되어 있었다. 그것은 직사각형 나무를 활용해서, 각각 영역을 구분해 줬다. 밑받침은 곧 쟁반이거나 작은 바구니로서 최소공간 분할이다. 최소공간이 그 전에는 없었다. 최소공간은 교실에서 ‘책상’의 개념이고, 식당에서는 식탁이다. 3단으로 구성되고, 밑에는 4개로, 중간도 4개로, 맨위는 5개로 각각 구분하고, 비슷한 품목끼리 묶어서 올려놓았다.

제주도에서 만든 100% 메밀국수로 ‘된장메밀국수’를 점심에 만들어 먹어야겠다. 어제 만든 인삼김치와 마늘장아찌가 반찬이다. 살아보니, 살아진다. 뒤뜰에 갔더니, 호박넝쿨이 벽을 타고, 어디론가 가려고 기웃기웃한다. 살아보려고 몸부림을 친다. 나도 호박넝쿨처럼 손가락을 움켜쥔다. 오후에는 월곡산을 중심으로 일정표를 짜서 일상의 여행을 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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