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에어컨 설치, 회사를 갈아타다


에어컨 분야에 3번째 직장이다. 첫번째는 A업체, 가정용 에어컨 전문 설치회사였다. 그 회사를 통해 에어컨에 첫 걸음마를 시작했다. 그리고, B업체는 시스템 에어컨 전문 설치회사인데, 전문점을 통해 설치주문을 받아서 매일 가정집을 방문해 설치하는 곳이다. 회사에서는 2~3곳의 주문이 있었고, 나는 한 팀에 배정되어서 출근했다. 일은 재밌고, 즐거웠으나, 기다림의 시간이 회사 대표에게 부족해, 실력이 부족한 내가 견디기엔 부담이 되었다. 기초기술은 모두 배웠다. 목수 경력이 있고, 손으로 만지는 것을 워낙에 좋아해서 남들보다 빠르게 습득했는데, 회사 대표는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건축자의 버린 돌이 모퉁이 돌이 되었다는 말이 있다. 그 성경구절이 내게 그대로 적용되었다. 회사 대표는 내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해서, 나가길 원했고, 나도 따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옮긴 곳이 지금의 회사인데, 근무여건이 10배는 좋다. 급여는 비슷한 수준, 그런데 내가 직접 일할 수 있는 폭이 확장됐다.

나는 에어컨을 하는 근본 이유가 첫째 내게 필요한 급여, 그리고 에어컨 설치 기술이다. 기존에 다니던 회사는 내게 일을 맡기길 꺼려했다. 초보니까, 실력을 쌓기까지는 함부로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업무를 하지 않으면서, 초보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이다. 전문가는 ‘잘하는 사람’이다. 빠른 시간에 정확하게 해내는 사람이 곧 전문가다. 에어컨의 핵심은 ‘누설 방지’에 있다. 가스가 누설되지 않게, 물이 새지 않게, 2가지에 신경써서 하는 것이 에어컨 설치의 기본이며, 핵심이다. 기존 회사는 그 분야를 목적으로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특히, 회사는 아무래도 경비가 자꾸 새나갔다. 불필요한 인원충원(용역)으로 인해서 설치기술의 표준이 이뤄지지 않고, 용역비가 생각보다 많이 지출되면서, 경영악화가 엿보였다. 나는 실력이 부족한 탓에 틈새에 끼여 자주 눈치를 봤다.

이젠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위대하다는 것은 ‘위(胃)’가 크다(大)는 뜻이다. 밥통의 크기를 줄이면, 쌀을 조금만 넣어도 된다. 가마솥에 불을 지피니, 쌀도 많이 들어가고 장작도 많이 들어간다. 작게 먹으면 작게 힘을 줘도 된다. ‘욕심 줄이기’를 통해 모든 일상이 편해진다. 나는 한달살이다. 하루하루 내가 돈을 벌 수 있고, 에어컨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그것이면 된다. 그리고 하루하루 내가 에어컨과 함께 살아낸 삶이 모이면, 1년 후에는 ‘전문가로서 기술’이 습득될 것이다. 그것이 진짜 재산이며, 나의 재능이다.

매일, 에어컨 일기를 써보려고 한다. 그래서 펜을 들었다. 그리고 ‘나도패스’ 온라인 회사를 통해서 공조냉동기계기능사 시험에 응시하려고 공부를 시작했다. 내년 1월에 필기시험에 도전하고, 합격하면, 실기시험도 볼 생각이다. 내가 불필요하다고 버린 기존 회사가 배아프도록 열심히 공부할 참이다. 여하튼, 나는 많은 것을 배웠고, 묵직한 망치도 내겐 유익한 법이다. 나는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모두 나를 다듬기 위해서 보냄을 받은 자들이다.

나와 함께 지금 일하는 팀장은 손도 빠르고, 10년 넘는 경력이 그 실력을 입증한다. 도착한 시간은 9시 즈음, 오늘 업무는 기계거치다. 순식간에 타공위치를 표시하더니, 내가 앙카구멍을 뚫었고, 전산볼트를 만들자, 곧 에어컨 장비(기계)를 올려서, 각 방에 배치하고, 박스는 밑으로 내렸다. 판넬도 동일하게 올려서 각 방에 배치하고, 박스는 내렸다. 그리고 통신선에 단자를 물린 다음, 배관의 볼트도 체결하고, 기계도 거치했다. 11시가 되지 않아서 대부분 공정이 끝났고, 점심 전에 판넬작업까지 모두 완료했다. 어찌나 뿌뜻하던지!!!! 나도 쓸모가 있구나!!!!

기계거치를 하기 전에 먼저 전기박스의 커버를 벗겨서 올리는 것이 훨씬 편하다. 커버를 벗기고, 전기단자 L1 L2, 통신단자, 접지 나사를 풀러놓고, 그 상태에서 기계를 거치하면 작업속도가 훨씬 빨라진다. 밑에서 할 수 있는 작업은 밑에서 하는 것이 낫다. 박스정리도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 실외기 박스에 다른 박스들을 차곡차곡 정리해서 담았다. 그렇게 부피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실외기를 베란다 난간 너머로 넘기는 일이 가장 위험하다. 74kg이나 되는 무게를 먼저 번쩍 난간 위에 올려 걸치고, 무겁지 않은 쪽을 살짝 난간 밖으로 내린다. 그렇게 천천히 내려서 거치대에 걸치면 된다. 어젠, 배관에 레자로 마감하는 것이 힘들었다. 난간 밑으로 배관이 지나가는데, 팔을 뻗어도 손이 닿지 않았다. 레자를 감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결국, 6mm 동파이프를 활용해서 레자를 내리면서 반대편에서 손을 뻗어 받고, 번거롭지만 그런 방식으로 레자를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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